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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위선 vs 위악

 

이글루스 블로그 [명품추리닝]님 글 옮김.

 

 

사람들은 저마다 페르소나(가면)를 쓰고 살아간다.

인간의 본질은 쉽게 변하지 않지만, 한정적인 시간 동안 페르소나를 씀으로써

얼마든지 다른 인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요즘이다.

각각의 상황과 역할에 따라 적합한 페르소나를 찾아 쓰는 건 내게 주어진 어려운 과제이다.

이것은 먹고 사는 문제와도 관련되어 있기에, 도망쳐서 해결되지도 않는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그 사람이 쓴 페르소나가 느껴질 때가 있다.

어떤 상황에서 상대방의 진심이 아닌 말과 행동을 접할 때, 나에겐 그(녀)가 쓴 페르소나가 보인다.

나는 이것을 보통 두 부류로 나눈다. 위선(僞善)과 위악(僞惡).

이상거나 이해할 수 없는 페르소나를 만나면 역시 이것도 위악으로 분류한다.

위선이나 위악 모두 자신을 포장하는 행위이지만, 그 근원에는 매우 다른 종류의 욕구가 발견된다.

 

위선(僞善)은 자신을 좋게 포장하는 행위다.

자신의 내면이 보잘것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위선의 페르소나를 쓴다.

혹시라도 자신의 내면에 있는 티끌만한 점이 발견될까 두려워 좋은 말, 곧은 말을 하기 위해 필사적이다.

나의 눈에 안 좋게 비칠까, 누군가가 세워 놓은 기준에 미치지 못할까를 생각하는 데 온 힘을 쏟는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정작 자신의 내면을 직시할 여유가 없다.

그렇다고 그들의 내면에 딱히 태산 만한 흑점이 발견되는 경우도 거의 없는데 말이다.

 

위악(僞惡)은 자신을 나쁘게, 이상하게 포장하는 행위다.

나는 종종 자신의 약점을 희화화시켜 공개하는 사람들을 본다.

내 경험상, 이상은 아주 바보이거나 매우 성숙한 사람들이다.

후자에 한정하여 이야기하자면, 나는 위악의 페르소나를 자주 쓰는 사람들에게서 강렬한 매력을 느낀다.

가볍고 덜떨어진 농담, 바보 같은 행동, 무례할 정도로 솔직한 욕구의 표현 속에서

그들의 날카로운 통찰과 삶에 대한 성찰을 간간이 발견한다.

마치 어릴 때 빠져들었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느낌이다.

대체 저 페르소나 뒤에는 어떤 맨얼굴이 숨어 있는 걸까,

그(녀)는 왜 저런 페르소나를 쓰고 있는 걸까,

언젠가 나에게 그 맨얼굴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까.

 

자신을 위선으로 포장한 채, 상대방의 페르소나를 벗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자신이 쓴 위선의 페르소나만큼 상대방도 그 정도의 위선을 가졌다고 판단하고,

상대방을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낮게 평가한다.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는 사람은 타인도 믿기 힘들다.

나는 이들에게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상대방의 페르소나를 벗기기 위해서는 내 페르소나부터 벗어야 한다.

맨얼굴의 약점을 드러내는 만큼 위험하지만, 진정한 소통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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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삶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트집을 잡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 자신에 대해 정직하게 털어놓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체험이나 행동의 범주를 넘어서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

 

                                                   「소설가의 각오」, 마루야마 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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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추리닝님 글에 비추어 보자면 나는,

처음만나거나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위선의 페르소나를

몇 안되는 가까운이들에겐 위악의 페르소나를

맨얼굴이 있기는 한걸까, 있다면 누구에게 드러낼 수 있는지,

나도 나의 맨얼굴이 궁금하다

한편, 점점 위선의 페르소나 두께가 얇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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