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현장에서
'이담에 돈 많이 벌어줄게' 라는 오빠의 목소리는
단호하고 달콤합니다.
하지만 결혼생활의 현장에서
'오빠가 많이 벌어준다는게 이거였어?' 라고 묻는 여자의 목소리에는
실망과 피로감이 가득합니다.
'연애와 결혼은 다르다' 는 상투적인 화두를 잠시 미루고 돌이켜보면
그들은 '많이'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합의한 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내 기준으로는 충분히 많은 상태이지만
상대편 눈높이에서는 택도 없는 수준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서로 억울한 기분이 들 수밖에요.
작전을 앞둔 특수부대원들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자기 시계의 현재 시각을 팀원들과 통일하는 일입니다.
그래야 몇 시 몇 분 작전 개시하고 말할 때 착오가 없으니까요.
일 시작 전에 매사를 꼼꼼하게 따지고 의심하는 것은
피곤하고 재미없는 동시에 소모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 관계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삑사리'는
소통 전에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에 충분하게 집중하지 않고
그 결과 공유와 공감의 통로가 막혀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그런 통로가 막혀 버릴 경우
상대방이나 나나 각자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데
결과는 모두가 억울합니다.
한때 '그건 니 생각이구' 라는
한 개그맨의 리드미컬한 멘트가 은근하게 인기를 끌었던 것은
그런 동상이몽 류의 억울함을 토로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는
하나의 증거일지도요.
혜신+명수
힐링Talk 그림에세이 中